Issue 81, Jun 2013
닉 케이브
Nick Cave
요란한 털복숭이 정령들
공공장소에 괴생명체들이 홀연히 나타난다. 행인들이 그들에게 눈길을 줄 즈음, 리듬악기들이 투박한 비트를 내지르고, 이 화려한 털복숭이들은 흡사 접신을 바라는 제의 의식처럼 격렬한 춤사위를 펼친다. 사람이나 동물이라기엔 무리가 있어 뵈는 괴생명체들은, 제 몸에 붙은 기다란 털과 단추, 나뭇가지 등의 오브제를 너울거리며 현란한 움직임을 선보인다. 이런 탓에 옷가지에 붙은 오브제들은 서로 부딪쳐 안무 내내 형용할 수 없는 소리를 자아낸다. 닉 케이브의 ‘사운드 슈트(Sound Suit)’와 안무는 이런 광경을 만든다. 전시장에 진열되었을 때는 당최 이해 불가한 아방가르드 패션디자인쇼처럼 보이지만, ‘제의’에서 춤의 역할이 그러하듯, 실제 이 의상을 착용하고 펼치는 안무는 개인과 개인, 개인과 사회를 연결 짓는 역할을 수행해간다.
● 이정헌 기자 ● 사진 Jack Shainman Galley 제공
'Heard NY' Photo by Travis Magee, Courtesy Creative Time and MTA Arts for Transit